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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민사]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공유자의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 가부
등록일 2023. 06. 07.

 

[민사]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공유자의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 가부

-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7257067 전원합의체 판결

 

김윤기 변호사

 

1.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와 대법원의 판례

 

공유자는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수익할 수 있기 때문에(민법 제263조 후단), 공유자 중 일부가 공유토지의 특정 부분을 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하는 경우에 비록 그 특정 부분이 자기의 지분비율에 상당하는 면적의 범위 내라 할지라도 다른 공유자들 중 지분은 있으나 사용수익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자에 대하여는 배타적 사용수익을 하고 있는 모든 공유자가 사용수익을 하지 못하는 공유자의 지분에 상응하는 부당이득을 하고 있다는 것이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입니다(대법원 1991. 9. 24. 선고 88다카33855 판결 등 참조).

 

집합건물 대지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가 적용되는지 문제되는데, 대법원은 집합건물의 대지 공유자와 구분소유자 사이의 관계에서도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에 따라 공유자 중의 일부가 대지 전부를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면 다른 공유자들 중 지분은 있으나 사용수익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자에 대하여는 그 자의 지분에 상응하는 부당이득을 하고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013948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76522, 76539 판결 등 참조). 또한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가 적정 대지지분을 가지지 못한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도, 판례는 구분소유자들은 대지에 관하여 구분소유자 외의 다른 공유자가 있는 경우에는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에 따라 대지를 사용수익관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는 그 대지 공유지분권에 기초하여 구분소유자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158701 판결 등 참조).

 

한편, 대법원 판례는 구분소유자의 대지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무를 판단할 때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가 구분소유자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한 사안에서,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른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들은 대지권으로 등기된 지분에 기하여 대지를 정당하게 점유하고 있고 이들은 어떠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입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보았으나(대법원 1992. 6. 23. 선고 9140177 판결 참조),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상대방인 구분소유자가 대지지분을 가지지 않았던 사안에서는, ‘대지사용권 없는 전유부분의 소유자는 그 대지 중 전유부분의 대지권으로 등기되어야 할 지분(또는 전유부분이 집합건물 전체 전유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동일한 지분)의 소유자에게 그 지분에 상응하는 면적에 대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기도 하였습니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2193419, 219426 판결 등 참조).

 

2.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공유자의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집합건물에서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상응하는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그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을 가지므로,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는 그 대지 공유지분권에 기초하여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를 상대로는 대지의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를 제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7257067 전원합의체 판결).

 

일반 법리와 다른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관계 법리

 

구분소유자가 대지를 사용수익할 권원으로 확보한 대지지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분소유권의 목적인 전유부분과 개별적으로 일체화되어 전유부분에 결합되는 관계에 있으므로, 대지지분에 대한 권리관계는 전유부분과 분리해서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관계에는 일반적인 공유관계와 다른 특수성이 존재하므로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집합건물법의 규정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대지 공유자들 중 구분소유자 아닌 사람이 있는 경우에도 대지 공유관계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하므로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부당이득 성립요건의 미충족

 

구분소유자가 대지사용권으로 보유하여야 할 적정 대지지분은 원칙적으로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집합건물법의 취지라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272469 판결 참조). 구분소유자가 이와 같은 취지에 따라 대지사용권으로 취득해야 할 적정 대지지분을 모두 확보한 경우에는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대지 전부를 온전히 사용수익할 권리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공유자의 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되고, 공유자는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수익할 수 있을 뿐인 일반 공유관계와 차이가 있다(민법 제262조 제2, 263조 후단).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집합건물법에서 필요로 하는 대지사용권의 범위를 모두 충족하였으므로 다른 대지 공유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필요가 없고, 자신의 적정 대지지분에 기하여 대지를 전유부분 면적 비율로 사용수익하는 것인 이상 다른 대지 공유자의 지분을 수익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대지를 사용수익하면서 다른 대지 공유자의 지분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으로서 대지지분이 개별적으로 일체화되는 관계임을 고려하면,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다른 구분소유자인 대지 공유자뿐만 아니라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에 대해서도 대지의 사용권원으로서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온전히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가 대지를 점유사용함으로써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다.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집합건물법의 취지에 따라 필요한 대지사용권을 모두 확보하였고, 다른 대지 공유자의 지분 취득 또는 상실에 관여할 수 없어서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가 존재하게 된 데에 어떤 원인을 제공한 바도 없다. 따라서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가 구분소유자와 사이에서 대지를 사용수익하지 못하여 입게 된 불이익을 조정할 때, 적어도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제외하는 것이 공평과 정의에 근거한 부당이득반환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현실적인 필요성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다른 구분소유자인 대지 공유자뿐만 아니라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적정 대지지분을 보유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에서 제외될 수 있다면, 구분소유자로서는 부당이득반환의무의 부담 없이 전유부분을 안정적으로 소유하기 위하여 적정 대지지분을 확보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게 된다. 이는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을 확보하고 양자가 분리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여 대지사용권 없는 구분소유권의 발생을 방지함으로써 집합건물에 관한 법률관계의 안정과 합리적 규율을 도모하려는 집합건물법 제20조의 취지에 부합한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73090 판결 등 참조).

 

민법상 공유물이 관한 일반 법리에 따라 구분소유자 전원이 각자 보유한 대지지분의 비율과 관계없이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에 대하여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따라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면,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로서는 대지를 사용수익하지 못하는 손해를 전보받기 위하여 모든 구분소유자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여야만 한다. 이 경우 적정 대지지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된 구분소유자가 그 손실을 회복하기 위하여 다시 다른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자신의 지분권 침해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다면,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가 종국적으로 그 손실을 부담하는 반면 적정 대지지분을 가지지 못한 구분소유자가 부담하게 되는 손실은 그만큼 적어지게 되고, 이는 정의 관념에 어긋나는 결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면, 이러한 경우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가 다시 다른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연쇄적 소송으로 이어져 모든 구분소유자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소송에 휘말리게 되고 부당이득반환에 따른 법률관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진다. 따라서 적어도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당초 이와 같은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에서 제외하는 것이 정의 관념과 소송경제 등의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동시에 대법원은, 구분소유자가 적정 대지지분의 보유 여부를 불문하고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또는 그로부터 대지 공유지분을 양수한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에 따라 전유부분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른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013948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76522, 76539 판결 등은 위 판결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하기로 하였습니다.

 

3. 판결의 의의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우선 일반적인 공유관계에 관한 법리가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관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습니다. 집합건물의 경우 대지사용권인 대지지분이 구분소유권의 목적인 전유부분에 종속되어 일체화되는 관계에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입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공유자의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한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11. 선고 201666218 판결)을 파기환송한 것인데, (i) 일반적인 공유관계에서와의 차이점, (ii) 부당이득 성립요건의 충족 여부, (iii) 현실적인 필요성 등을 두루 고려할 때,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의 결론, 즉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공유자에 대하여 부당이득을 하는 것이 없다는 점도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