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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노동] 건설현장 근로시간면제자의 자격요건
등록일 2023. 09. 20.

 

[노동] 건설현장 근로시간면제자의 자격요건

 

봉하진 변호사

 

1. 들어가며

 

근로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으면서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노동조합의 업무에 종사할 수 있으며(노동조합법 제24조 제1), 이에 따라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근로자(이하 근로시간면제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별로 종사근로자인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해 노동조합법 제24조의2에 따라 결정된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임금의 손실 없이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의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를 할 수 있다(노동조합법 제24조 제2).

 

최근 국토교통부는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관련 부처와 함께 '유급 근로시간면제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이 상위 노동조합의 상근자 등 기존에 사용자와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자를 근로시간면제자로 지정해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노조전임비를 요구하는 행위를 '불법'이라 규정하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 다수의 건설업체는 단체협약에 따라 노동조합이 근로시간면제자로 지정하는 자와 일정 건설현장 및 시간에 대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시간만큼의 노조전임비를 지급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은 통상적으로 근로시간면제자를 당해 현장에서 근로 중인 자가 아닌 외부의 조합원을 임의로 지정하고 있다. 이처럼 사용자가 기존에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자와 매월 일정 기간에 대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 기간에 대해서는 유급 근로시간면제를 인정하는 것이 불법행위인지, 아니면 노동조합법에 따른 적법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노동조합법 및 판례 검토

 

노동조합법 제24조에 따라 근로시간면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해야 한다. 노동조합법 제2조 제1호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를 의미한다. 근로자가 상용직·일용직, 기간제·단시간 근로자 등 고용형태를 불문하고 사업체에 직접 고용된 자로서 노동조합에 가입된 자라면 원칙적으로 근로시간면제자가 될 자격 요건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관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기타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며 구체적인 요소를 제시하고 있으나[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12598, 201412604(병합) 판결], 이러한 대법원 판시는 사용자와 명시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근로자의 경우에도 일정한 요소를 갖췄다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시이므로, 본 사안의 근로시간면제자와 같이 명시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에 대해 노동조합법 적용을 배제하기 위한 근거로 삼을 수는 없을 것으로 해석된다.

 

위 대법원 판결 또한 바로 뒤이어 "노동조합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라고 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은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임을 설시하고 있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12598, 201412604(병합) 판결].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취지는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막고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행위를 금지하는 대신, 사용자의 노무관리업무를 대행하는 노조전임자 제도의 순기능도 고려해 일정한 한도 내에서 근로시간면제 방식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계속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238239 판결), 결국 어떤 사람이 근로시간면제자의 자격 요건이 되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노동3권의 보장의 필요성, 구체적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계속 보장할 필요성'의 관점으로 판단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3. 건설현장 근로관계의 특수성과 근로시간면제자

 

통상적인 근로시간면제 제도가 예정하고 있는 일반적인 근로현장 상황은사업이 상시 유지되고 있고, ②그에 따라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근로자들도 상시적으로(기간의 정함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근무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전속된 근로자가 근로시간면제자로 지정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고 노동조합 활동의 계속을 보장한다는 측면에 있어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건설업체의 경우는 위와 같은 일반적인 근로현장과 다른 특수성이 존재한다. 건설업체 자체는 상시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실제 사업이 운영되는 '건설현장'은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없다가 생기기도 하며 동시에 여러 개의 현장이 운영되기도 한다. 그에 따라 건설현장의 근로자들은 순수 일용직은 아니더라도 건설현장별로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일당을 계산해서 임금을 지급받는다. 또한 직종(형틀, 비계, 철근, 배관, 정리해체 등)에 따라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시기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시간면제자를 반드시 기존의 건설업체 소속 현장 근로자로 지정하도록 한정할 경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건설현장에 대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근로시간면제자로 지정된 경우, 당해 건설 현장이 공사의 완료 등으로 인해 없어지게 되면 위 근로시간면제자는 더 이상 당해 건설업체 소속의 근로자가 아니게 되므로 근로시간면제자의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반대로 새로운 건설현장이 개설되는 경우에는 건설현장 개설 시마다 당해 현장의 현안을 담당할 근로시간면제자를 새롭게 지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기존에 존재하는 다른 건설현장의 근로시간면제자와의 면제시간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의 문제도 발생한다.

 

이러한 건설현장 근로관계의 특수성과 함께 앞서 살펴본 노동조합법의 명문 규정 및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했을 때 당해 건설업체에 전속된 근로자만을 근로시간면제자로 지정하도록 한정한다면 근로시간면제자가 제도의 취지에 따라 안정적으로 사용자와 협의·교섭을 하고, 당해 건설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고충을 처리하며 적절히 산업안전 활동 등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상위 노동조합의 상근자 등이 지부 조합원들이 근무하는 현장을 운영하는 건설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해서 근로자 지위를 확보하고 근로시간면제자로 지정돼 당해 사업장의 노동조합의 업무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안정적이며 노동조합의 자주성 확보 및 노동조합 활동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특정 사업장에서 근로시간면제자로 지정된 자가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도 근로계약을 체결해 근로시간면제자로 지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근로자가 근로계약상의 의무를 다하는 한 근로자의 겸직은 사생활 범주에 속하므로 근무시간 이외에 다른 사업을 겸직한다고 해 제한할 수 없다(서울고등법원 2002. 7. 4. 선고 200113098 판결). 근로시간면제자가 근로시간면제 범위 내에서 근로시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근로계약상 근로시간 동안 당해 사업장의 노동조합 유지·관리 업무를 충실히 수행한다면 그 이외의 시간에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시간면제자로 활동한다고 해도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4. 결어

 

어떤 사람이 근로시간면제자의 자격 요건이 되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노동3권 보장의 필요성(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계속 보장할 필요성)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건설업체의 경우에는 노동조합이 지정하는 자와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유급 근로시간면제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노동조합의 자주성 확보 및 노동조합 활동 보장에 바람직한 측면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근로시간면제 제도 운영은 노동조합법상 적법한 행위로 봐야 하며, 단지 기존에 사용자와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자를 근로시간면제자로 지정하고 노조전임비를 요구한다고 해 불법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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